기후예측연구실(Climate Prediction Laboratory, CPL)





     안 중 배 교수     


   과학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는 불과 10여 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한계는 장기 기상 및 기후 변화 예측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우리 기후예측연구실에서는 지난 15년간 이러한 예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일반적으로 기상예측을 하는 문제는 초기값 문제(initial value problem)라 한다. 이는 미래의 대기 상태가 현재의 상태(초기값)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예보를 위한 초기값 생산 과정은 예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관측으로부터 생산되는 초기값은 항상 오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예측 모형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예보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예보의 한계에 기여하는 또 다른 큰 요인은 예보가 단순한 초기값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경계값 문제(boundary value problem)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의 상태가 해양과 지면 상태 등의 영향을 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인데, 중요한 것은 예측 기간이 길어질수록 예측의 문제는 초기값의 문제로부터 경계값의 문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보 기간이 길어질수록 예보의 신뢰성이 낮아지는 문제는 초기값의 문제라기보다는 경계값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초기값을 완벽하게 생산하여 수치 예보를 한다 하더라도 변화하는 지면 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예측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해면이나 지면 상태와 같은 경계 조건은 대기와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미래의 대기 상태를 모른다면 미래의 지면의 상태도 알 수 없으며, 동시에 미래의 지면의 상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의 대기 상태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10일 정도의 예측 가능 기간을 늘여 몇 달이나 몇 년 앞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갖기 위해서는 대기를 포함한 전 기후시스템을 동시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시스템은 크게 5개의 권(sphere)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각각 대기권(atmosphere), 수권(hydrosphere), 설빙권(cryosphere), 생물권(biosphere), 지권(lithosphere) 등이다. 이 다섯 개의 권은 각각 아시스템(subsystem)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아시스템들은 비록 시간적 스케일은 다르지만 활발하게 서로 상호 작용을 한다. 따라서 기상이나 기후 예측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상예측모델만이 아닌 기후시스템을 통째로 다룰 수 있는 통합모델이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의 모델이 소위 대기-해양-해빙-지면 접합대순환 모델(Coupled General Circulation Model, CGCM)인데, 부산대 기후예측연구실은 지난 15년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하여 이 분야에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모델을 개발하여 보유한 몇 안 되는 기관이자 연구실이다.
   현재 기후예측연구실에서 개발된 모델은 PNU CGCM이라 명명되어 있으며 이 모델을 이용하여 얻어지는 결과는 특히 기상청이 계절예보를 생산하는데 현재 활용되고 있다.
   대기와 해양을 포함한 전구시스템에 대한 모든 종류의 예측은 향후 접합대순환 모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도구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10여 명의 패기에 넘치는 기후예측연구실 연구원들은 오늘도 늦은 밤까지 불을 켜고 연구에 정진하고 있고, 본 연구실을 거친 31명의 졸업생 전원도 현재 국내외의 관련기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